(칼럼)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한 금융지주, JB금융은 지금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 등록 2026.01.28 16: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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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이너서클이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금융권을 향한 공개 경고이자, 장기 집권과 폐쇄적 인사, 책임 없는 권력 구조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그날 이후 주요 금융지주들은 앞다퉈 지배구조 개선과 인사 검증 강화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경고를 사실상 정면으로 무시한 곳이 있다. JB금융지주다. 그리고 그 상징적 사례가 바로 박춘원 전북은행장 선임이다.

 

이 사안을 단순한 ‘인사 논란’으로 치부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문제의 핵심은 “은행 경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쟁점은 해소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인물을 지역 금융의 핵심 축에 앉혔다는 구조적 판단 실패다.

 

박춘원 행장은 전북은행장 취임 이전, 캐피탈 재직 시절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이 IMS모빌리티는 이후 이른바 ‘김건희 집사 게이트’로 불리며 정치·사법적 논란의 중심에 섰고, 해당 투자 건은 배임 및 횡령 의혹과 관련해 국가수사본부 조사 착수 초읽기 단계에 들어가 있다.

 

중요한 사실은 단 하나다. 이 사법 리스크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JB금융지주는 이 인물을 전북은행장 단수 후보로 올렸다. 이는 경영 판단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도박에 가깝다.

 

JB금융 이사회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그러나 금융기관 CEO 인사는 형사재판의 무죄 추정 원칙을 적용하는 자리가 아니다. 의혹 단계에서조차 조직 전체로 리스크가 전이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 그것이 내부통제의 출발점이다.

 

특히 지역 금융지주의 은행장은 단순한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지역경제, 공적 신뢰, 예금자 보호, 금융당국의 감독 체계가 모두 걸린 자리다. 이런 위치에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인물을 앉힌 것은 검증의 실패를 넘어 검증 자체를 포기한 결정이다.

 

여기에 더해, 이 사안을 단순 인사 논란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중대한 절차 문제가 존재한다. 이미 수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박춘원 행장 선임을 앞두고 이사회 또는 관련 기구에서 정식 업무보고를 통해 검증을 진행하려던 절차가 실제로 추진되다 중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업무보고는 언론 취재가 본격화되자 갑작스럽게 멈췄고, 이후 공식적이고 집단적인 검증 절차 대신 개별 업무보고 방식으로 선임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절차상 혼선이 아니라, 외부의 검증과 공적 논의를 피하기 위해 검증 방식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 인사에서 절차는 형식이 아니라 정당성의 근간이다. 언론 보도가 시작되자 정식 업무보고를 중단하고, 이를 비공식·개별 보고로 대체했다면 이는 “검증을 피한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는 인물에 대해 내용뿐 아니라 절차마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과 그 결정 구조에 있다.

 

더 심각한 대목은 금융감독원이 이미 지난해 12월 16일, 박춘원 행장 선임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통령 발언 이전에 나온 명확한 시그널이었다. 지배구조 문제, 인사 검증의 적절성, 외부 정치·사법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그럼에도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이 인사를 강행했다.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 이후 금융권 전체가 방향을 틀고 있는 국면에서, JB금융은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택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인사는 결국 금융당국과의 정면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구도를 감당한 금융지주는 과거에도 없었다.

 

박춘원 행장은 개인적 예외가 아니다. 그는 김기홍 체제 9년이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이다. 김 회장은 2019년 취임 이후 세 차례 연임에 성공했고, 사내이사 CEO 연령 제한 규정까지 손보며 장기 집권 체제를 공고히 했다. 그 과정에서 이사회와 사외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견제 장치가 아니라 경영권 방어 장치로 기능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사회는 거수기로, 임추위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 그 결과,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는 인물조차 아무런 제동 없이 은행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것이 대통령이 지적한 ‘부패한 이너서클’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금융당국은 이미 JB금융을 포함한 금융지주 전반에 대해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이 흐름 속에서 박춘원 행장 인사는 결코 피해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 인사를 끝까지 끌고 갈 경우, 책임은 개인을 넘어 이사회 전체, 김기홍 회장의 연임 정당성 문제, 그리고 금융당국과의 정면 충돌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은 알고 있다. 이 국면의 끝은 둘 중 하나라는 것을. 자진 정리 아니면 외부에 의한 강제 조정이다.

 

지금 JB금융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게 합리적인 해법은 스스로 멈추는 것이다. 박춘원 행장의 자진 사퇴는 죄를 인정하는 행위가 아니다.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리스크 관리 원칙을 회복하는 최소한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책임에서 김기홍 회장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금융당국의 시그널을 외면한 인사는 언제나 더 큰 대가로 돌아왔다.

 

JB금융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지금 내려올 것인가, 아니면 내려오게 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참여민주회 / 김용석 수석위원

최민성 기자 thepe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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