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의 표절은 결격, 자신의 대필은 관행

  • 등록 2026.01.29 17:30:11
크게보기

전북 교육감 선거, 이중잣대가 무너뜨린 공직윤리

 

 

전북 교육감 선거가 정책 경쟁이 아닌 도덕성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 환경,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라는 본질적 의제는 뒷전으로 밀렸고, 누가 더 강하게 상대의 흠결을 공격하느냐가 선거의 중심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정직’과 ‘윤리’라는 말은 반복되지만, 그 기준이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천호성 전 전주교육대 교수의 과거 칼럼을 둘러싼 표절 의혹이었다. 학문적 윤리 차원의 문제 제기는 가능했고, 당사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와 유감을 표했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태도 역시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논쟁은 검증을 넘어 후보 자격을 단죄하는 단계로 급격히 비화했다.

 

이 공세의 선두에 선 인물 가운데 하나가 이남호 전 전북대 총장이다. 그는 천 후보의 표절 의혹을 두고 “교육자의 자격을 근본에서 흔드는 결격 사유”라며 누구보다 강경한 언어를 동원했다. 문제는 그가 내세운 이 엄격한 윤리 기준이 끝내 자기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남호 전 총장은 전북연구원장 재직 시절 다수의 언론 칼럼을 기고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연구원 내부에서 생산된 이슈 페이퍼와 연구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는 점은 2024년 전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도의원들은 “연구원 예산이 원장 개인의 기고문을 위해 쓰인 것이냐”, “부하직원이 원장 글을 보조하는 구조가 정당하냐”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장은 연구진이 작성한 초안을 본인이 검토·수정해 기관장 명의로 기고하는 것은 ‘관행’이며, 공공 연구 성과를 도민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기 위한 ‘공보기능’이라고 해명했다. 더 나아가 연구원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문제 제기를 사실상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대필 여부에 있지 않다. 핵심은 부하직원이 생산한 공적 연구 성과를 개인 명의의 칼럼과 정치적 발언으로 전환한 구조다. 이는 표절 논란과 마찬가지로 연구윤리의 문제이자, 공직윤리의 문제다.

 

특히 교육 행정을 책임지겠다는 후보라면, 공공기관의 성과가 누구의 이름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남호 전 총장은 자신의 과거 기고 방식에 대해서는 ‘관행’이라는 말로 정리하면서, 타인의 문제에는 ‘결격’이라는 가장 무거운 잣대를 들이댔다. 이는 윤리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전형적인 이중잣대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과정에서 드러난 태도다. 부하직원이 작성한 초안과 연구 성과를 앞세워 자신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방식은 보호가 아니라 책임 회피에 가깝다. 공공기관에서 부하직원은 방패가 될 수 없고, 기관장은 언제나 최종 책임자다. 이를 외면한 채 도덕성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결국 지금의 선거판은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에 도달한다. 남의 표절은 후보 자격을 박탈할 사안이라면서, 자신의 대필·보조 논란은 왜 관행으로 용인되는가. 같은 윤리 기준이 모두에게 적용되고 있는가, 아니면 권력과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가.

 

이 같은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전북 교육이 직면한 현실적 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학령인구 감소, 농산어촌 교육 격차, 교권 보호, 특수교육과 돌봄, 디지털 전환에 따른 학습 격차 등 교육감이 답해야 할 질문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지금 선거에서 이런 정책 논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도덕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도덕을 말할 자격은 자기 검증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남의 흠결을 확대 재생산하기 전에, 자신의 과거부터 동일한 잣대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윤리는 검증의 기준이 아니라 공격의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

 

전북 교육감 선거를 여기까지 끌어내린 것은 단 하나의 표절 논란이 아니다. 도덕을 앞세우되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은 위선과 이중잣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센 공격이 아니라, 더 정직한 자기 검증과 정책 경쟁이다. 정직을 말하려면, 먼저 정직해야 한다.

 

조용환 전) 국립군산대 겸임교수

최민성 기자 thepennews@naver.com
Copyright @더펜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프로필 사진
최민성 기자

발빠른 정보, 신속한 뉴스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인북로248 2층 | 법인명:더펜뉴스 | 제호: 더펜뉴스 등록번호: 전북, 아00658 | 등록일 : 2025 - 03 - 13 | 발행인 : 최민성 | 편집인 : 최민성 | 청소년보호책임자:최민성 | 대표전화번호 : 1551-6420. 063)855-3349 Copyright @더펜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