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노동조합이 최근 발표한 공식 성명은 단순한 내부 불만을 넘어, JB금융지주 계열사 전체의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성명은 특히 김기홍 회장 취임 이후 반복되는 단기 성과 중심 경영이 현장 직원들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채용, 점포 운영, 인력 배치 등 조직 운영 전반이 압박을 받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문제는 광주은행에 국한되지 않고 전북은행까지 확산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으로 평가된다. 노조는 성명에서 “김기홍 회장과의 협력은 현재로서는 어렵다”며, 근본적인 내부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개혁을 촉구했다.
단기 성과주의의 부작용은 이미 눈에 보인다. JB금융은 김 회장 취임 이후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며 배당 확대와 주가 관리에 주력해왔다. 2024년 JB금융의 주주환원율은 지방 금융지주 중 최고 수준에 달했지만, 이는 현장 직원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전가됐다. 인력 운용 축소와 대면 영업 축소로 인해 지역 기반 고객의 소외가 심화하고 있으며, 광주은행에서는 중금리 대출 부실률이 12%에 달해 250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 단기 성과주의는 계열사 간 연결성을 무시한 채 자본 여력 조정, 예컨대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인 안정성을 위협한다. 노조는 이를 조직 전반의 안정성을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문제는 경영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네트워크까지 얽혀 있다는 점이다. 노조 성명은 윤석열 정부 시기 김 회장이 정치·경제권과 유지하는 관계가 JB금융의 내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 임원 배치와 전략 결정은 권한 집중으로 이어지며, 광주은행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즉 희림건축의 사례가 부각된다. 희림건축은 JB금융과 직접적인 사업 연계는 없지만, 김기홍 회장과 유사한 외부 네트워크 활용의 상징적 사례로 주목된다. 희림건축은 2022년부터 김건희 여사 관련 코바나컨텐츠에 세 차례 후원했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 관련 계약을 폭증시키는 등(2022년 5월~2024년 10월 기준 431억 원, 9건) 정부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 확대를 보여준다. 이는 JB금융에서도 김 회장의 외부 영향력이 내부 의사결정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와 맞닿는다. 희림건축의 사례는 JB금융의 ‘탐욕인가, 무능인가’라는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재무와 인사 측면에서도 연결성과 위험이 드러난다. 광주은행의 전북은행 1,500억 원 증자는 계열사 간 도미노 위험을 높이는 사례로, 자회사 임원 배치에서 권한 집중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 다양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최근 광주은행이 추진한 외국인 대출 플랫폼도 김 회장의 ‘신성장동력’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지만, 내부 반발을 초래하며 단기 성과주의와 외부 영향력이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함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과거 제한적 검토가 있었지만 최근 내부 점검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JB금융 계열 전체의 안정성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외부 감독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핵심은 권한 분산과 투명한 내부 점검을 통해 조직의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함께 흔들릴 수도, 함께 회복할 수도 있다. 단기 성과주의와 외부 네트워크에 의한 권한 집중, 그리고 내부 자율성의 억압이 지속된다면, JB금융 전체의 신뢰와 안정성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 노조 성명은 법적 혐의 제기가 아니라, 내부 구성원이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위험 신호를 공식화한 경고다.
JB금융의 ‘작지만 강한 강소금융그룹’이라는 비전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 성과주의와 외부 정치·경제 연결고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태에서, 구조적 개혁 없이는 흔들림이 계속될 것이다. 지역 금융의 신뢰와 안정 회복은 지금 당장, 내부 점검과 권한 분산, 장기 전략 재정립을 통해 시작해야 한다.
탐욕과 무능 사이에서 JB금융이 어느 길을 선택할지, 앞으로의 움직임이 지역 금융은 물론, 계열사 전체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강방식 ㅣ 참여민주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