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집사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극심한 정치·사법적 혼란에 빠진 가운데, 특검 수사를 받은 인물이 전북은행장 후보로 부상했다가 금융권과 여론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인선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은행은 18일 은행장 선임 관련 보도자료를 전격 배포하며 논란을 정면으로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상황 인식이 전혀 없는 대응”, “여론을 조롱하는 수준”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 일정이 돌연 연기되며 인선 절차가 멈춰선 상태에서, 전북은행이 형식적 설명만 담긴 보도자료를 통해 사태를 관리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후보는 김건희 여사 측 핵심 인물로 알려진 ‘집사’ 관련 의혹의 중심에 있는 IMS모빌리티 투자 건으로 특검 수사를 받았고, 지난 7월 직접 조사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IMS모빌리티는 투자 당시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으며, 대가성 자금 제공과 정치권 연계 의혹이 동시에 제기된 고위험 기업이었다.
그럼에도 전북은행은 이 인물을 지역 대표 금융기관의 수장으로 검토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인사 실패로 보지 않는다. 사법 리스크를 인지하고도 눈을 감았거나, 정치적 고려가 금융 원칙을 압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대한 구조적 문제라는 평가다.
이번 논란은 JB금융그룹 전반의 의사결정 구조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 회장 3연임에 성공했고, 이후 IMS모빌리티 투자, 전북은행장 인선, 김건희 여사 관련 후원사이자 특검 조사 대상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JB금융 서소문 신사옥 설계 수주가 연이어 진행됐다. 이 모든 결정이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정치권력과의 무관성을 주장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JB금융이 민간 금융사인지, 권력 친화적 조직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역은행이라는 외피 뒤에 숨어 정치권과의 관계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왔다면 이는 금융 실패를 넘어 제도적 배신이라는 비판이다.
전북은행은 정책자금 운용과 중소기업·서민 금융을 담당하는 공적 성격의 지방은행이다. 사법 리스크를 안은 인물을 은행장 후보로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내부통제 시스템이 붕괴됐음을 보여준다. 이는 ‘검증 실패’가 아니라 사실상 ‘검증 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전북은행이 18일 배포한 보도자료는 특검 수사, 사법 리스크, 정치권 연계 의혹에 대한 설명 없이 ‘절차적 검증’과 ‘선임 일정’만을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강행 의지를 숨긴 면피용 문서”, “시간 끌기용 방패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대응을 두고 노골적인 ‘버티기 전략’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집사 게이트’ 관련 특검 수사가 오는 28일로 종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인선 절차 연기와 원론적 보도자료 배포는 “특검 종료 시점까지 버티다 여론이 식기를 기다리는 꼼수”라는 비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가 명확하다면 특검 종료 여부와 무관하게 즉각 인선을 철회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28일만 넘기면 모든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 자체가 금융기관으로서의 윤리와 공공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금융과 공적 자금 운용 기능을 수행하는 지방은행이 특검 일정에 맞춰 판단을 미루고 여론의 피로도를 계산하고 있다면, 이는 소극 대응을 넘어 조직 차원의 기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북은행이 선택한 것은 책임 있는 결단이 아니라, 정치 리스크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예의주시’ 수준으로 방치한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사법 리스크가 분명한 인선 시도, 정치권 유착 의혹, 내부통제 실패 정황이 동시에 드러났음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면 금융감독 체계의 존재 이유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북은행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은행장 인선 전면 백지화, 책임 있는 사과, 외부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재검증 절차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전북은행은‘ 지역 금융의 상징’이 아니라 정치 리스크에 포획된 지방은행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전북은행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JB금융, 금융당국, 그리고 한국 금융 시스템 전체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라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참여민주회 / 오신일 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