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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새는 둑 위의 리더십 전북은행, 박춘원 체제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최근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전북은행을 둘러싼 논란은 더 이상 단편적인 의혹이나 일시적 해프닝의 수준이 아니다. 사회공헌 활동을 둘러싼 문제 제기에서부터 지배구조 리스크, 인사 과정의 잡음, 투자와 관련된 사법적 논란까지, 여러 사안이 동시에 교차하며 하나의 구조적 문제로 읽히기 시작했다. 이는 특정 사건 하나를 지적하는 보도가 아니라, 전북은행이라는 조직 전반의 공공성과 신뢰를 묻는 질문에 가깝다.

 

특히 전주MBC, KBS전주방송 등 지역 및 중앙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JB금융지주 내부 인사 파행은 이 사안을 더욱 구조적인 문제로 확장시킨다. JB금융지주 백종일 부회장이 취임 9일 만에 돌연 사임한 사건은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승계 시스템과 이사회 운영 전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직제에도 없던 부회장 자리를 신설해 영전시킨 뒤 불과 아흐레 만에 사임했다는 점은 정상적인 지배구조가 작동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금융권의 ‘부패한 이너서클’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회전문 인사와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의 위험성을 경고한 직후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금융권 전반을 향한 경고가 JB금융과 전북은행 문제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은행 사회공헌 논란은 단순한 이미지 문제를 넘어선다. 사회공헌은 기업이 사회로부터 얻은 신뢰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향토 금융기관에게 사회공헌은 선택이 아니라 존재 이유에 가깝다. 공정성과 투명성, 정치적 중립성은 그 출발점이다.

 

그러나 전북은행의 사회공헌을 둘러싼 풍경은 이 원칙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역아동센터, 복지시설, 생활 SOC 개선 현장마다 지방의원이나 유력 정치인이 전면에 등장하고, 은행은 배경으로 밀려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은행의 지원’이 아니라 ‘누가 연결했는가’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되며 굳어진 관행이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은 이러한 구조가 박춘원 행장 취임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다. 사회공헌 방식의 문제를 특정 개인의 일탈로만 돌리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이 곧 현 체제의 책임을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구조를 인식하고도 끊어내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결국 현재 조직을 이끄는 수장에게 돌아간다.

 

전북은행은 단순한 민간 금융기관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맡는 공공적 금융기관이다. 금고 운영이라는 특성상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면, 사회공헌만큼은 더욱 엄격하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공헌은 공익이 아니라 관계 관리의 수단으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

 

사회공헌 논란은 JB금융지주 전반을 둘러싼 지배구조 리스크와 맞물리며 증폭된다. JB금융지주는 장기 집권 구조, 이너서클 중심 의사결정, 내부 견제 기능 약화 논란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김기홍 회장의 3연임 과정과 이사회 구성, CEO 승계 관행은 전주MBC와 KBS전주방송 등 언론에서도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돼 왔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전북은행 행장을 둘러싼 사법적·윤리적 리스크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이른바 김건희 게이트로 일컬어지는 IMS모빌리티 투자 의혹은 단순한 투자 성과 논란을 넘어, 의사결정의 적정성과 정치적 연계 가능성까지 질문받고 있다.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은행장이라는 자리는 이러한 의혹 자체로 조직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잡음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선임 이전부터 주요 업무 보고에 관여했다는 의혹, 특정 조건을 전제로 한 각서가 존재했다는 설,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가 연기되는 파행까지. 개별 사안만 보면 해명 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한데 모이면 분명한 흐름을 형성한다. 정상적인 지배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이 지점에서 박춘원 행장의 재임 기간은 오히려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박 행장은 취임한 지 불과 보름 남짓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그가 이 모든 문제를 만들어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모든 논란이 얽힌 상태에서 은행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상적 리더십은 이미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은 신뢰의 산업이다. 특히 전북은행은 향토은행으로서 전북도민의 예금과 신뢰를 기반으로 존재해 왔다. 그런데 은행의 수장이 취임 직후부터 사법 리스크, 인사 논란, 지배구조 문제 속에 놓여 방어와 해명에만 매달려야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과 직원, 지역사회로 돌아간다. 은행장은 과거를 해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다.

 

속담에 “뚝에 난 작은 구멍 하나가 결국 큰 둑을 무너뜨린다”는 말이 있다. 지금 전북은행의 상황이 그렇다. 인사·투자·지배구조·사회공헌 논란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에서 둑은 이미 새고 있다. 시간을 끌수록 상처는 커지고, 수습의 비용은 은행 전체와 지역사회가 떠안게 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정리다. 개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버팀이 아니라, 조직과 향토은행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다. 박춘원 행장이 이 시점에서 선택해야 할 길은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논란의 고리를 스스로 끊는 용퇴다. 이는 패배가 아니라 책임의 방식이다.

 

박 행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즉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출발점은 마련된다. 사회공헌을 정치로부터 분리하고, 인사와 투자, 지배구조 전반을 재점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열린다.

 

전북은행은 개인의 은행이 아니다. 전북도민의 은행이다. 향토은행의 수장은 자리를 지키는 힘보다, 떠날 줄 아는 책임을 보여줄 때 비로소 신뢰를 남긴다. 지금의 선택은 개인의 경력 문제가 아니라, 은행의 미래와 지역사회의 신뢰에 관한 문제다.

 

이 모든 이유로, 박춘원 행장은 더 이상 은행을 이끌 수 없는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
그것이 향토은행 전북은행을 지키는 길이며, 전북도민과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조용환 전) 국립군산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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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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