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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큰 나무 몇 그루로 숲이 자랄 수 있을까...상산고 10개 만들기가 흔드는 전북 공교육의 균형

 

전북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다시 묻게 된다.
교육은 몇 개의 좋은 학교를 만드는 일인가. 아니면 모든 학교를 조금씩 더 좋아지게 만드는 일인가.

 

아이들은 매일 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한다. 도시에서든, 농촌에서든, 부모의 형편과 관계없이 교문을 넘는다. 우리가 공교육에 기대하는 약속은 단순하다. 어디에 살든, 어떤 학교에 다니든 비슷한 희망을 품고 등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 믿음이 공교육을 지탱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 등장한 ‘상산고 10개 만들기’ 공약은 그 믿음 앞에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 출마한 이남호 후보 측은 이를 자사고 확대가 아닌 ‘상향평준화’라고 설명한다. 일반고의 경쟁력을 상산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지역과 형편에 관계없이 높은 교육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말만 보면 매력적이다.

 

그러나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구조로 평가된다.

 

‘상향평준화’를 말하면서 ‘상산고’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순간, 메시지는 달라진다. 상산고는 단순한 우수학교가 아니라, 오랜 시간 선발과 경쟁, 학교 서열의 상징으로 작동해 온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이를 낡은 프레임이라 반박한다. 하지만 의도가 다르다면 왜 굳이 그 이름을 선택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전국단위 모집’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전북 고교평준화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지점이다.

 

정책의 목표가 일반고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면 특정 학교의 간판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상산고 10개’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선발과 경쟁, 학교 간 위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부 학교에 학생과 교원, 예산이 집중되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가. ‘어디서나 좋은 교육’이라는 약속이 ‘어디는 더 좋고 어디는 덜 좋은 교육’으로 갈라지지 않겠는가.

 

이는 교육에서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발상과 닮아 있다. 그러나 교육은 시장이 아니다. 몇몇 학교의 성과가 다른 학교로 자동 확산되지는 않는다.

 

대학 균형발전 논리와 고교 체제를 동일선상에 두기도 어렵다. 대학은 선택이지만, 고교는 지역 학생들의 일상과 경로를 직접 가른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지금 전북교육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간판이 아니라 신뢰다.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서든 비슷한 질의 수업과 돌봄, 진로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봄바람은 들판 전체에 고르게 불어야 한다. 몇 그루 큰 나무만으로는 숲이 자라지 않는다.
교육의 책임은 결국 가장 늦게 불리는 아이의 이름 앞에서 증명되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외부 필자의 견해로, 본보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용환 / 전 국립군산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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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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