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감 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둔 시점, 출마를 선언한 이남호 전 전북대 총장이 전북연구원장 재직 시절 제기된 기고문 대필 및 연구성과 사유화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총장은 최근 해당 의혹에 대해 “기관장 기고는 개인 글이 아닌 공적 브리핑”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역사회와 교육계 안팎에서는 해명이 논점의 핵심을 비껴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글의 성격이 아니라 작성 과정과 권한의 행사 방식에 있다. 누가 원고 작성을 지시했는지, 실제 집필자는 누구였는지, 그리고 공공 연구기관의 성과가 어떤 절차로 개인 명의의 기고문으로 전환됐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공적 브리핑’이라는 표현만으로 이 모든 과정에 대한 책임이 소멸되지는 않는다.
복수의 제보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기고문 상당수는 전북연구원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일부는 연구원이 초안을 작성했고, 일부는 사실상 완성된 원고가 제공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특히 기고문이 처음부터 기관장 명의를 전제로 준비됐고, 실무자가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협업’이나 ‘내부 공유’라는 설명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 드러나고 있다.
상급자가 조직 내 지위를 이용해 원고 작성을 요구하고, 결과물은 자신의 이름으로 외부에 발표했다면 이는 명백히 대필 의혹의 대상이 된다. 더욱이 공공기관 내부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점에서 권한 남용,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이 전 총장은 “개인 명성을 위한 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기고문들은 대외적으로 이 전 총장의 정책 비전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자료로 지속적으로 활용돼 왔다. 결과적으로 공공 연구기관의 집단적 성과가 특정 개인의 정치적·사회적 자산으로 전환된 셈이다. 연구진의 기여가 명시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기관장 개인 명의로 활용됐다면, 이는 공공자산의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공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연구 성과의 귀속과 활용에는 명확한 기준과 윤리가 요구된다. 특히 교육 행정을 책임지겠다는 후보자라면 연구윤리와 권한 행사에 있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총장은 앞선 입장문에서 “연구원들의 헌신을 더 세심하게 헤아리지 못한 점을 성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결과에 대한 유감 표명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직원에게 원고 작성을 지시했는지 여부, 해당 행위가 대필에 해당하는지, 연구 성과의 귀속 기준을 어떻게 적용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다.
교육감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수만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후보자들의 가치관과 윤리 의식을 지켜보고 있다. 그럼에도 한 후보의 과거에는 연구윤리 위반과 권한 남용, 공공자산 사유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해명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교육 현장에서 윤리와 원칙을 강조해 온 인물이라면, 타인의 부정과 표절을 꾸짖기 전에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부터 엄정하게 마주해야 한다. 직원에 대한 원고 작성 강요, 사실상의 대필, 연구 성과의 사적 활용 의혹은 개인적 해명으로 봉합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논란은 글쓰기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인사가 공공의 성과와 권한을 어떻게 다뤄왔는지에 대한 근본적 검증의 문제다. 해명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책임 있는 설명이 요구되는 이유다.
더펜뉴스 최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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